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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Think

[꼬꼬무] 53회 2001년 홍제동 화재 사건 편

by green_day 2022. 11. 14.


김기석 소방관이 순직 한 달 전에
후배에게 보냈던 메일의 내용


"의사의 역할도 남의 목숨을 구하는 일이지만,
자신을 내던지면서 구하지는 않지 않는가.
나는 남의 목숨을 구하기 위하여
자신의 목숨을 내던질 수 있는
이 직업에 만족하네.
사람의 목숨을 살리기 위하여
내 한 목숨 선선하게 내던질 수 있다는 것.
나는 이것을 하나의 '성직'으로 여긴다네"

"무너진 건물의 잔재에 파묻혀보기도 하고
성난 불길의 협박에 올라보기도 했고,
하지만 인간사 모두 하늘의 뜻이라고
주어진 일에 묵묵히 최선을 다하며,
사는 그날까지 열심히 살다가 간다면
내세에 좋은 인연으로
좋은 몸을 받고 태어나지 않을까."






2001년 3월 3일 토요일 밤.

서울 서대문구와
은평구 일대를 관할하는
서부소방서의 소방관들은
홍제동 주택에서 불이 났다는
출동 신고를 듣고
화재진압을 위해 출동했다.

구조대는 1조와 2조로
나뉘어있었다.

현장 인명구조대는
화재진압대인 녹번 2소대와
비슷한 시간에 홍제동 현장에
도착했으나 진입경로가 달랐다.

당시 좁은 도로는
불법주차 차량들로
진입이 불가능했고,

대원들은 25kg가 넘는
개인 장비를 짊어지고
160m가량의 벽돌집 앞으로
달려갔다.

집 안에 아들이 있다는 말을
듣고 구조대 소대장 김기석
소방교가 1조인 장석찬, 박준우
소방사와 함께 집안을 수색했다.

그 사이 2조는
현관에 있던 도시가스 밸브를 차단했다.

1차 수색 결과, 아들 최 씨는 없었다.

그러나 집주인은
"사람이 안에 있는데 구하지 않느냐"라고
따졌고, 소대장과 1조는
다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소방관은 생명을 구해주는 일을 하니까.

그러나 그들도 사람이다.
그들도 목숨은 하나다.

그럼에도 구해야 할 사람이 있기에
다시 그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때 부지불식간에
화염에 휩싸였던 주택이
무너져 내렸다.

2층짜리 건물이 한순간에
폭삭 주저앉은 것이다.

유독가스가 뿜어져 나오고
있는 건물 안에 대원들은
꼼짝없이 깔려버렸다.

다들 충격받은 상황 속에서
동료를 구해야 한다는 소식을
들은 소방대원들은
일제히 홍제동으로 모였다.

3월이었지만, 눈이 내리던
추운 날씨에,
추운 줄도 모르고
무너진 건물 잔해를 파헤치고
망치로 몇 번이고
장애물을 두드려 부순다.

당시의 사진은 처참하기만 하다.





동료를 구하기 위한
필사의 노력으로
무너진 잔해 위에
구멍을 내서
진입할 수 있게 되었고,
전원 구조했으나..

이승기 대원을 제외한
나머지 대원들은
순직을 하게 된다. 그 이후 밝혀진
화재의 원인은,
방화로 밝혀졌다.

집주인과 다툰 아들이
홧김에 불을 지르고
자신은 겁에 질려
도망쳤다.

대원들이 찾아 나섰던
집주인의 아들은
애초부터 그곳에
없었다.


당시 입건된 아들의 모습.

 

차마 뭐라 입에 담을 수
없는 심정이 올라온다.

 

결혼을 앞둔 청년,
처자식이 있거나,
소방관의 소명의식을
품고 의연하게 살아온,

6명의 소중한 인재들이
말도 안 되는 원인으로
인해 너무도 안타깝게
순직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열악했던 소방관의 처우가
알려지면서, 그 이후
많이 개선이 되었다고 한다.

충격적이었던 건
방화복이 아닌
방수복을 입고
화마와 싸웠다는 것.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TV 보면서 잘 안 우는데,
눈물을 참기가 힘들었고
입에서는 한숨이 흘러나왔다.

젊은 나이에 하고 싶은
것도 많았을 텐데
오직 생명을 살리기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으셨던


6인의 소방관분들께
너무나 감사합니다.
그리고 미안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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