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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5

무기력함에 대하여 (2) 무기력함에 대하여 by. 그린데이 어릴 때부터 눈만 마주치면 득달같이 달려들어 싸우는 부모님의 모습이 익숙했다. 물론, 괜히 불똥이 우리에게 튀길까 봐서 불안한 상태에서 싸움을 관전했다. 어릴 때는 우리가 말 안 들어서 부모님이 화가 나서 싸우는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머리가 자라면서 보니, 미성숙함에서 오는 객기였다. 자존심은 엄청 세고, 배려심은 턱없이 부족한 사람들이었다. 다행히도 우리 삼남매는 그와 중에 인성문제, 학업문제없이 수월하게 자랐다. 그런 부모님 밑에서 이렇게 성장한 게 신기할 정도였다. 또는, 부모님이 저러고 있으니 우리라도 정신 차려야 한다고 각성했던 걸까. 사회인이 되어서는 그때까지 딱히 부모님이 밉진 않았다. 그저 왜 저러고 살까. 싸우지 좀 말고 둘이 의지하고 지내지. 라며 고.. 2022. 10. 4.
무기력함에 대하여 (1) 무기력함에 대하여 by. 그린데이 나는 지금 열정이 없다. 애초에 열정은 촛불과도 같아서, 촛불이 계속해서 불을 밝히려면 연소될 심지가 있어야하고, 녹아내릴 촛농도 충분해야하고, 주변에 바람이 없어야하고,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산소가 있어야 한다. 그러니까, 열정은 그냥 존재하거나 갑자기 마음 먹었다고 생길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럼 그 동안은, 내가 어떻게 열심히 살아올 수 있었던 것일까? 생각해보니 그저 정신없이, 생각없이. 그냥 살아온 거 같다. 가슴 한 켠에 어떤 막연한 희망을 품고서 말이다. 정신없이 치열하게 살다보니 어느새 하루 지나가 있어서 잠을 자고, 또 눈 뜨면 새 하루가 시작되고, 그렇게 정신없이 다람쥐 쳇바퀴 굴리듯이 살아온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시점인 것 같다... 2022. 9. 29.
입행한 사회 초년생의 이야기 (2) 업무 파악에 급급했던 입사 초기에는 다른 것들이 눈에 보이지 않았다. 정신없이 일하다가 밥먹고 와서 또 집중해서 일했다. 고객 응대를 위해서는 내가 담당한 상품 외에도 다른 업무에 대해서도 지식이 있어야만 수월했다. 여유롭다는 것을 느끼기까지 3년정도 걸린 것 같다. 그 뒤에는 전반적으로 돌아가는 흐름도 보이고, 그때 부턴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 시선이 자연스럽게 돌아갔다. 그때 친분 많이 쌓고, 내 가족보다 더 친하게 지내는 동료들이 생겼던 것 같다. 그런가 하면 어디든 맘에 안드는 사람도 있기 마련. 당시 내가 있던 팀은 일이 편하다는 오해를 받고 있었다. 팀장이 몇번씩 바뀌다보니, 나중 팀장은 정말 우리가 하는 일이 뭔지도 모르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주변에서 바라보는 우리팀에 대한 이미지를 대변.. 2022. 9. 27.
나의 대학시절 이야기 (2) 2학년 1학기로 복학하자마자 나는 일단 교양과목들을 최대한 들었다. 전과 하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이었다. 1학년 때 몰려다녔던 독일어과 친구들과도 휴학기간 동안 소원해졌기 때문에, 나의 전과준비는 매우 수월했다. 독일어과 친구들 중에서 깊은 속얘기를 나눠본 적 없는 친구지만 나처럼 1년 휴학하고 돌아온 친구가 있었다. 그리고 애초에 공무원 시험 준비하느라 학점이고 대학생활이고 쿨하게 생략하고 도서관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쏟은 친구도 한명 있었다. 그 친구는 전공책 들고 있는 걸 본 적이 없었다. 항상 공무원 시험 기출문제 풀고 있던 기억만 난다. 독일어과 자발적 아싸가 된 우리들은 뭉쳐다녔다. 각자 자기 고민들, 생각들을 나누며 졸업의 순간까지 묵묵히 걸어갔다. 전과를 한 후에도 나는 학우들과의 친목다지기보.. 2022. 9. 26.
나의 대학시절 이야기 (1) 고등학교 생활 3년의 결과가 결정되는 수능날. 긴장을 많이 한 나는 엄마가 정성스레 싸주신 도시락을 먹고 급체를 했고, 그 상태로 시험을 쳤다. 좋지 못한 컨디션에서 결국 좋지 못한 시험결과가 나왔다. 수시 많이 쓸 걸 하는 후회를 하며 찰나의 순간 재수를 고민했다. 그러나 내 성격상,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타이밍이 그대로 보내줘야 하는 타이밍이라면 그냥 흘러가게 냅둬버렸다. 그렇게 나는 충북에 있는 국립대에 진학했다. 그런데 OT며 MT며 새내기들을 설레게 하는 이벤트에도 나는 그닥 신나지도 설레지도 않았다. 거기서 만난 동기가 그렇게 좋지도 않았다. 아마 내가 전과할 것임을 입학한 순간부터 어렴풋이 알고 있었던 것일까. 나는 시금털털한 새내기로 대학생활 1년을 채우고 고민없이 휴학을 해버렸다. .. 2022. 9. 26.